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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추천 한국 현대문학 3편 (박완서, 양귀자, 황순원)

by 희희데이 2026. 2. 3.

 

 

 

최근 청소년의 문해력 향상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빠른 정보 소비에는 능숙하지만, 단순 글자 해독을 넘어 비판적 사고와 공감 능력을 요구하는 문해력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대 문학을 통해, 청소년들은 일상 언어와 정서에 맞닿아 있어 문해력을 자연스럽게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단순한 줄거리 이해를 넘어 인물의 감정과 사회적 맥락을 읽어내는 과정은 사고력과 공감 능력을 함께 키울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박완서, 양귀자, 황순원의 세 작가의 작품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1992)

박완서 전쟁고아 출신 여성 작가로,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일상 속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작가입니다. 전남 장흥 출신으로 서울 숙명여고 재학 중 한국전쟁을 겪으며 어머니의 헌신과 가족 분산을 체험했습니다. 40대에 데뷔한 후 <나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등으로 동서문학상·의정부문학상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자전적 요소 강한 작품에서 전쟁·분단·가부장제의 모순을 신랄히 비판하면서도 인간성 회복을 강조합니다. 부담 없이 읽히는 산문과 소설 문체로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좋습니다. 그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자전적 장편소설로,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후까지 작가의 유년과 청소년기를 생생히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나'는 서울로 이사 온 대가족에서 어머니의 헌신과 모순, 오빠의 전쟁 참전 후유증을 목격합니다. 싱아(들풀)를 뜯어먹던 시절은 결핍 속에서도 생명력과 희망이 살아 있던 유년기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시대의 폭력과 사회적 억압 속에서 순수했던 세계는 점차 사라지고, 주인공 '나'는 현실을 인식하며 성장의 문턱에 서게 됩니다. 작품은 잃어버린 유년과 시대의 상처를 담담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모순> (양귀자, 1998)

양귀자는 소시민 삶의 희로애락을 섬세한 심리로 그려내는 서민 작가입니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고교 시절 이광수 <유정>에 감동해 소설을 시작, 1985년 <원미동 사람들>로 등단. <모순>, <귀머거리새>, <지구를 색칠하는 페인트공> 등으로 만해문학상 수상하며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많은 작품들을 발표합니다. 26년째 베스트셀러인 <모순>은 현대 사회의 모순을 가족과 사랑으로 풀어냅니다. 주인공 '안진진'은 일란성 쌍둥이 이모와 어머니의 대조적 삶 속에서 자랍니다. 이모는 유능한 이모부와 행복하게 살지만, 어머니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억척스럽게 버틴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주인공은 불행하지만 솔직한 어머니와, 안정적이지만 공허한 이모의 삶을 대비하며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두 남자 사이의 선택 역시 삶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사랑, 결혼, 가족, 생계 같은 현실적 문제들을 통해 정답 없는 인생의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러한 모순을 회피하기보다 끌어안는 태도 속에서 자기 삶의 방향을 찾아나가게 됩니다. 따뜻한 시선과 박진감 있는 문체로 부담 없이 읽히며,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소나기> (황순원, 1956)

황순원은 서정적이고 깊이 있는 문체로 인간 내면과 분단 비극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제안 황씨로 평안북 고원 출신이지만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북에서 남으로 피신하면서 고향 상실을 겪었습니다. 1949년 <학>으로 등단 후 <소나기>, <카인의 후예>, <병든 나비> 등으로 한국문학상 수상하였습니다. 김동리, 김승옥과 함께 현대소설 대표작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대표 단편소설 <소나기>는 시골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첫사랑과 이별을 소나기 비유로 그립니다. 여름날 개울가에서 소년은 서울에서 피신 온 소녀를 만납니다. 둘은 논과 산에서 놀며 친해지다 산길에서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만납니다. 수숫단 속에 피신한 채 비를 기다리며 가까워지지만, 도랑 물이 불어 소년은 소녀를 업고 건넙니다. 이후 소녀는 병들어 서울로 떠납니다. 소년은 호두를 선물하려 애쓰지만, 소녀의 죽음 소식을 듣고 조약돌을 보며 성장을 깨닫습니다. 순박한 소년 시선으로 첫사랑, 전쟁 트라우마를 시적으로 표하여 현감정에 젖게 합니다. 인물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도 깊은 여운을 남기며, 한국 문학 특유의 정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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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위 작품들을 감명깊게 읽으며 청소년 시대를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10대, 20대, 30대에 매번 읽을 때마다 또 다른 마음의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 위 작품들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의 고민과 감정을 닮은 한국 문학 한 편이, 청소년에게 오래 기억될 ‘첫 문학’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